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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영화리뷰] 파묘(2024)는 잘 만든 영화인가

 

 

한국의 거의 유일하다고 봐도 무방한 오컬트 호러 거장 장재현 감독이 돌아왔습니다!

유일한 오컬트 거장? 누군데 그게?

[검은 사제들, 사바하] 의 감독이십니다

검은 사제들은 강동원씨의 신부 복장 하나 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입니다.
작품성도 엑소시즘 장르로서 한국에선 독보적, 세계적으로도 평타 이상은 가는 작품이라 봅니다.
아직 한 번도 안보신 분들은 꼭 보십쇼.

사바하는 완성도 면에서는 가장 좋지만 그만큼 이 장르를 즐기시는 분들 아니면 조금 무거울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역주행중이라고 합니다만 검은 사제들이나 파묘를 보고 "음 이 감독 작품 먹을 만 하네요" 하면 보세요.

 

오컬트 호러를 다루면서도 15세 관람가를 지향하는 지라 확 잔인하고 무서워라! 하는 장면도 미묘하게 선을 안넘는 느낌이 강한 게 감독님 작품의 특징이라면 특징.


전작들이 오컬트라 해도 엑소시즘, 사이비 단체로 내용이 달랐습니다만,
이번작도 다릅니다.

파묘, 이름부터가 이장하거나 보수하려고 무덤 파헤친다는 뜻이죠.
내용도 그대롭니다.
남의 묘 파헤치다가 사건 터지고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왜 쓰냐?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제목에도 적었듯이 파묘가 잘 만든 영화인가 하는 말이 하고 싶은 겁니다.
최대한 스포일러 없이 적겠습니다만, 걱정되면 보지 마시고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빨리 보십쇼.
3월 9일 기준 750만이나 본 영화입니다.
750만 영화가 망작이겠습니까?

 

 



 
이 영화는 6챕터(장)로 구성되어 있고, 친절하게 장이 바뀔 때마다 부제를 영상에 띄워 보여주며 알려줍니다.
1-3장이 전반, 4-6장이 후반이며 이 장의 구분을 기점으로 내용이 크게 움직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실망스럽게 느낀 점이 이 점인데요.
 
전반 1-3장과 후반 4-6장의 내용이 변화하면서 장르조차 바뀌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전반 1-3장은 부자 재미교포의 조상묘를 파묘하면서 생기는 악령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만, 악령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 보단 유리 같은 표면에 비춰진다거나 소리로 존재감을 나타내며 언제 와악-! 하고 튀어나올까 하는 긴장감을 연출합니다.
사람 얼굴을 한 뱀이며, 등장인물, 장소의 불길한 모습등을 비추면서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감을 조성합니다.
마치 인시디어스, 컨저링 같은 공포죠.
내가 널 놀래킬 건데 언제 놀래킬 지 타이밍을 모르게 할 거야~ 하는 공포입니다.
분위기 그 자체 만으로 눈을 반쯤 가리고 부들거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껏 조성한 긴장감은
관에서 뭐가 나왔어? 관째로 태워버리자! 하고 화르륵 하고 끝나버립니다.
이 과정에서 주연들에겐 어떠한 피해도 나오지 않고요.
주연들이니 해결을 해야 하는 건 맞는 데,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습니다.
마치 세스코 직원들입니다.
바퀴벌레가 나와서 전문가들이 해결해 주는데 사실상 직업이니 해주는 거지, 이들이 바퀴벌레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건 없죠. 기분이 더러운 거 정도일 겁니다.
여주인공(무당)이 코피를 흘리긴 합니다만, 악령의 직접적인 공격도 아니거니와, 코피 정도야 코 파다가도 흘리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여튼 조연에서 피해자가 나오고 어쩌고 저쩌고 불태우고 끝냈더니 같이 작업한 인부 하나가 파묘 도중한 행동으로 인해 저주에 걸립니다.
그걸 도와달라고 하니 친구 찬스로 주인공이 도와주죠.
4장 후반부 스타트입니다.
 
여기서 진실이 하나 더 밝혀지고 어쩌구 저쩌구 일본 귀신이 튀어나옵니다.
한이 맺힌 상대만 암살하는 한국형 귀신과 달리 피아식별 구분 못하고 난동 부리는 게 일본형 귀신이랍니다.
이 일본 귀신이 더블킬하고 이러쿵 저러쿵 주연진도 다치고 근대 한국역사, 일본역사를 모르면 이해할 수도 없는 이스터 에그도 나옵니다.
역사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음모론과 일본어학과 중에서도 일본 문화역사 전공이 아니면 알기도 힘든 내용, 일본애니 주인공에서나 볼 법한 와타시가 마모루! (내가 지키겠어!)를 메인 기믹 삼아 내용을 전개해 버리면 어느새 6장 클라이막스 입니다.
 
풍수지리로 먹고 사는 주인공이나 풍수지리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기는 커녕 그냥 여기 터가 좋아~, 터가 안좋네~ 하더니만, 해결할 때가 오니 입이 터져서는, 쇠와 나무는 상극! 끓는 철아 젖은 나무에 맞아 죽어라! 하고는 때려 죽여버리고 끝납니다.
 
네 끝입니다.
 


 


?????
 
 
아니, 도대체 왜 설명해야 될 부분을 설명 안하는 거야???
사람들이 이스터 에그로 취급을 하던데, 이스터 에그는 보고 즐길 정도의 애교로 넣은 요소를 이스터 에그라 하는 겁니다.
예를 들자면, 파묘에 감독의 전작 캐릭터들이 나왔다? 이스터 에그죠.
근데, 이 작품은 이스터 에그와 복선을 구분 못한 거 같습니다.
 
일본 귀신이 주인공 일행을 죽이기 직전까지 몰아넣고는 인간인가? 부하가 될 건가? 은어와 참외는 어디 있는가? 하고 의미심장하게 말을 합니다. 그리고 막타를 날리기 직전에 승탑을 보더니 합장하고 도깨비불이 되어 날라가 버립니다.
 
그리고 이 요소들은 영화가 끝나도록 설명이 없죠.
은어는 최후반부에 귀신의 미끼로 사용됩니다만, 나머지는 활용조차 되지 않고 영화가 끝납니다.
무시하고 영화에 몰입하기엔 의미심장하고, 그렇다고 의미를 부여하자니 설명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나와서 이것들이 무슨 의미인지 인터넷에 검색을 해봐야합니다.
나무위키에는 성인 ADHD들은 읽기 힘들 정도로 세세하게 설명이 되어있고, 네이버 블로그들은 허접한 이모티콘들로 도배되어 어디선가 복사+붙여넣기한 내용으로 가득차있죠. 
취향껏 들여다 보고 난 후에 사람들은 말할 겁니다.

아~ 저게 오다 노부나가와 도쿠가야 이에야스에 관한 내용이구나, 완벽하게 이해했어!


 
그나마 설명해주는 건 일제가 한반도 토지의 정기를 끊겠다고 전국 파워스팟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쇠말뚝 풍수지리모략설과 러닝타임 2시간30분중 마지막 10분에 라스트보스 막타를 칠 때, 주인공이 각성하여 마법영창을 외우듯이 속사포로 떠드는 오행의 상하관계 정도입니다.

더보기

실제로 라스트보스 일본 귀신은 젖은 나무에 반갈죽 당한다...

복선, 떡밥을 뿌리고는 활용을 못하거나, 활용은 했는데 깊이가 없습니다.

의도적으로 뿌렸다기 보단 흘리고는 황급히 주워담은 느낌입니다.

 

러닝타임이 2시간30분인데 뒤로 갈수록 황급히 호로록 급하게 말아먹은 느낌입니다.

 

이게 1-3장 전반부와 4-6장 후반부의 분위기의 변화와 맞물려 더 큰 실망감을 줍니다.

 

차라리 전반부 후반부의 길이를 조금 씩 늘려서 파묘 part.1 / part.2 로 나오거나, 아예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 걸로 나왔으면 좀 더 매끈하게 스토리를 풀어나가서 5점 만점에 5점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신나서 찍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다급히 줄인 거 같은 느낌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본다면 후반부도 나름 괜찮습니다.

크리쳐물 느낌으로 사람을 찢는 괴물 상대로 해결을 하는 느낌이니까.

근데 이게 음산한 분위기만으로 사람들을 휘어잡던 전반부와의 갭 때문에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느낌입니다.

 

마치 에일리언1을 보고 바로 2를 보는 느낌입니다.

변화점이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죠.

 

파묘가 재미 없었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아쉬웠다는 겁니다.

전체적으로 잘 만들고 다듬기를 실패했습니다.

니스로 마감칠을 못했습니다.

 

 

2시간30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로 간만에 재밌게 봤습니다.

이 영화 전에 극장에서 본 작품이 외계인 2부 입니다만, 외계인이 2부작으로 나올 게 아니라 이 작품이 2부로 나왔어야 했습니다. (외계인도 개씹똥망작인 것 처럼 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떠들던데, 솔직히 상중하로 치면 중하-하상 정도는 됩니다)

 

여러모로 설명하던가 빼던가 해야할 요소를 중요하다는 듯이 보여주고 슬쩍 넘어가버린 게 너무 아쉽습니다.

 

떡밥에 대해 찾아보길 좋아하거나 그러려니 하고 그냥 흘려넘기면서 보는 분이면 즐기면서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떡밥회수 실패)

 

 

스토리와는 별개로 사람을 옥죄어오는 영상미, 사운드 활용,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습니다.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입니다. 뭘 더 바래?

연기로 깔래야 깔 수가 없는 라인업입니다.

최민식 배우가 혼자 흙에 대해 말하는 부분에서 자연 다큐멘터리 같거나,

유해진 배우가 나오면 왠지 개그씬이 있을 거 같거나,

김고은 배우가 실제로 싸가지 없을 거 같이 욕이 찰지거나 하지만 기분탓입니다.

 

중간중간 대사가 좀 알아듣기 힘들었는데, 이게 영화 녹음의 문제인지 영화관 설비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네요.

 

영상적으로도 어둡거나해서 한 눈에 알아보기 힘든 장면이 좀 있었던거 같은데 제가 안경을 새로 바꿔놓고 옛날 안경을 쓰고 가서 그런건지 어떤지?

 

보는 내내 CG 느낌이 별로 안든다 했더니, 실사 촬영이 대부분이였다 합니다.


 

 

전반부에서 후반부 넘어갈 때, 풍수지리 안 좋은 터에 첩장(관을 같이 묻음)이라길래, 위에 조상묘는 일제 매국노 묘겠다, 억울하게 죽은 조선인들 시체 대충 한 관에 때려넣고(사람 관 답지 않게 크다는 묘사) 그 저주를 일본인이 안 받게끔 버림패로 조선인(매국노)으로 막아놨나 하고 혼자 추측해봤습니다만, 뜬금없이 다이묘가 거기서 나와?

 

 

참고로 장재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 검은 사제들의 공식 후속작 '검은 수녀들'이 크랭크 인에 들어갔다고 합니다만,

공식 후속작 주제에 제작사는 같은데, 감독이 교체되었습니다.

이 무슨 나루토 보루토 소리란 말인가...

솔직히 기대는 안됩니다.

 

차라리 장재현 유니버스로 크로스 오버나 찍으면 천만 영화 뚝딱 아니겠습니까?

(검은 사제들 550만, 사바하 240만-역주행중, 파묘 750만-현재진행형)

 

 


 

두서없이 구구절절 떠들었습니다만

그래서 잘 만들었냐고 이 자식아 라고 묻는다면

 

평론가조차 만족시킬 명작은 아니지만, 팬들을 만족시키기엔 충분한 수작

5점 만점에 3.5점 정도 될 것 같습니다. 관객평은 모르겠고 평론가 평은 이정도 될 듯